셋째의 수족구는 아직도 진행 중...ㅡㅡ^

무더위가 한창일 7월의 마지막 주, 어린이집은 방학을 했다.

어찌보면 다행인지도 모를 그 시점에 우리집 셋째는 고열로 시작된 수족구를 앓았다. 나에게도 진짜 다행이었을까... 첫째 방학, 둘째 방학, 넷째 생후 5개월... 모두 다 집에 있었다.

  수족구 진단받은 첫 날, 입 주변에 수포가 울긋불긋 올라오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떨어질 때면 언제나 입 주변이 부르트고 입 꼬리가 찢어지는 아이인지라 진단받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도 수포가 올라오지 않았다면 수족구인 줄도 몰랐을 터.


  무릎에도 수포가 볼록볼록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첫째가 수족구 걸려서 혓바닥이 완전 잘근잘근 씹어놓은 것처럼 되었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뭐 수족구도 할 만 하네 싶었다. 

 

  하루가 더 지나자 수포는 화라도 난 듯 울긋불긋 더 심해지며 내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줬다. 입 주변과 무릎은 먼저 증상이 나타난 곳이었을 뿐, 수포는 온 몸 여기 저기로 퍼져 나갔다. 수족구 수포는 흉이 지지 않는다는 걸 여러 번 들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심하게 진행 중이었던지라 혹여나 흉터가 남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가렵지는 않을까, 쓰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렇게 심한 가운데서도 아이는 긁지도 않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보통 수족구에 걸리면 음식 삼키는 게 힘들어 고생한다던데.. 내 아이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일주일간 집에서 놀며 시간을 보낸 우리 셋째는 딱지도 잘 떨어지고 흉도 지지 않고 수족구를 잘 끝냈다.

  격리할 수 없는 네 아이들이라 전염의 위험도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와는 달리 첫째, 둘째, 넷째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애들 아빠 손에 수포가 몇 개 생겼고, 목이 자꾸만 따갑다고 하더니 수족구 진단을 받았다. 같이 먹고, 자고, 뽀뽀한 다른 아이들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맨날 야근하던 우리 신랑이 수족구... 신랑이 요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은 모양이다 싶었다. 그렇게 신랑은 목이 너무 따가워서 밥도, 물도 잘 삼키지 못해 힘든 사흘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렇게 우리 가족의 수족구가 완전 끝났다고 생각했다.

  수족구를 앓은지 한달이 지난 8월 말, 셋째가 "엄마, 손톱이 아파요." 하길래 봤더니 손톱이 부서져 있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싶어 선생님께 손톱을 다친 일이 있나 물어봤지만 선생님도 모르신단다. 그러고는 자세히 보니 손톱이 부러진 게 아니다, 벗겨지고 있다....0-0;;

  반대쪽도 마찬가지, 손톱들이 하얗게 들뜨기 시작해서는 안쪽부터 벗겨지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보니 수족구후유증이란다. 수족구를 앓은지 한 달 뒤쯤 손톱이 다 빠질 수 있다고 한다. 큰 애 때는 이런 일 없었는데 이게 뭔 일인지!

  손톱만 그런 게 아니다, 발톱도 벗겨짐이 진행 중... 속도가 다를 뿐이다.

  빨리 벗겨진 새끼발가락 쪽에는 이미 발톱이 떨어지면서 피도 났다. 밴드로 감아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네, 얼마나 아플까.. 속상하다.

  손톱 중에 가장 먼저 다 벗겨진 검지 손가락... 가운데 부분은 다 떨어져 나왔는데 옆에는 남아 있어 피가 나고 아파 해서 짧게 잘라주고 약 발라서 밴드 붙여줬다. 휴,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수족구가 이렇게나 몹쓸 병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올 여름, 다시는 걸리지 말자.

손톱 발톱 모두 잘 빠지고 예쁘고 건강하게 회복되기를 바라며.. 추석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집은 수족구가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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